[에세이]1화 은메달 리스트의 졸업
(1화를 빼먹어서 2화 다음에 올립니다ㅎㅎ)
올림픽에서 메달리스트는 해당 종목의 1-3등을 뜻하지만,
내가 졸업을 앞둔 2000년대 말은 취업시장이 극도로 얼어붙었기에 (물론 지금의 취업시장이 그때보다 더 힘듯 것 같다.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고, 당시는 그때가 IMF 시절 이후 가장 어려운 취업시즌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할때 어떤 자격으로 졸업하는지에 따라 금메달, 은메달, 동메달로 표현했었다.
지금은 인턴이 변질되어 취업 연계보다는 아르바이트생 대신 사용하는 악덕기업들이 많아졌긴 하지만, 당시만 해도 인턴을 한다는 것은 취업연계(서류 통과 혹은 1차 면접 면제 등)였고, 3학년 때부터 방학마다 대기업 인턴을 꾸준히 해서 다행히 취업을 확정짓고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졸업할 때 나의 상황은 은메달이었는데, 1학년때 노느라 학점이 조금 낮았고, 4학년 2학기를 취업으로수업을 거의 참석 못해 학사경고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금메달도 노려볼 수 있었을 것 같긴하다.

금메달: 취업 + 연애 + 학점 4.0 이상
은메달: 취업 + 연애
동메달: 취업
참가상: 졸업
인턴을 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들이 면접에서 많은 도움이 되어 누구나 아는 L전자회사에 입사할 수 있었고, 배치된 부서에서도 직전 파트장이 담당하던 아이템을 이어받을 부사수로 지정되어 동기들 보다 상대적으로 눈에 띌 일이 많은 신입사원이었다. 시골에 계신 할머니도, 지방에 계신 부모님도 대학교 동기들도 다들 나를 부러워하는 것 같았고, 인생이 잘 풀리고 있는 것 같아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던 시기였다.
(지금은 못하지만) 당시에는 자녀들 키우느라 고생하신 부모님께 매달 용돈도 꾸준히 드릴 수 있었고, 연애하던 상대방도 못지 않은 대기업에 취업했고 '2000년대 말에 20대인 내가 바라본 세상' 에서 나는 충분히 앞으로도 잘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