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조금만 찾아보면 아래와 같이 "망해가는 회사들 특징" 이라는 글을 찾을 수 있습니다.
◇ "'초기 멤버'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그들만의 리그…텃세에 왕따까지"
"실력없는 고인물 초기 멤버들 중심으로 일진놀이 중. 왕따를 다 큰 어른이 돼 겪어볼 수 있음." "그들만의 리그. 능력없는 초기 멤버들끼리 북치고 장구치고." "사업 초기 멤버만 우선시 되는 회사. 초기 멤버들의 텃세. 이들 등살에 일을 못함" 유난히 '초기 멤버'라는 리뷰가 단점 키워드에서 많이 보이는 곳들이 있다. '고인물' '그들만의 리그' '텃세' 등의 단어와 함께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요약하면 '초기 멤버들을 중심으로 회사 업무가 돌아가는데, 이들과 친하지 않으면 적응이 어렵다'는 내용들이다. 스타트업이 시작할 때를 생각해 보자. 가진 것은 아이디어 뿐, 아무 것도 없던 그때, 대표와 창업 멤버들을 중심으로 조직이 출발한다. 이들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회사 규모가 커지면, 새로운 인력이 필요해지고, 새로운 멤버들이 영입된다. 사업 초기 어려웠던 시기를 함께한 이들의 관계는 아무래도 돈독하기 마련이다. 맨땅에 함께 몸을 던진 동료가 아니던가. 그 어려운 시기를 함께 넘겨 번듯한 회사로 키워냈다면 끈끈하고 믿을 수 있는, 공적인 관계를 넘어 사적으로도 친밀한 관계가 형성됐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다음이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이들보다 늦게 조직에 합류한 조직원 중에는, 이들의 '이너서클(Inner circle)' 밖에서 소외감을 느낀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나 가족, 친구, 지인 등이 모여 사업을 시작했다면, 여기 속하지 않는 구성원들의 소외감은 더 크다. 가족이라서, 친구니까, 대표와 친한 사람들 몇몇을 중심으로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나는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니 우리끼리 이미 친한데 어떻게 하냐'고? 사실 '그들만의 리그'가 문제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일 가능성이 크다. 제대로 소통이 되지 않으니 조직원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조직의 중요한 의사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경영진 입장에서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해도, 조직원들에게 그렇게 인식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대표님은 아시나요?" "부서별로 다들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름. 회사 내부에서도 공유가 안됨. 윗 사람들이 무슨 생각인지 전혀 모르겠음." "일주일마다 회사 체계와 내 업무가 바뀌는 기적을 볼 수 있음" "구체적인 사업 목표가 없고 분기마다 바뀜. 그래서 해야할 일도 바뀜. 아무리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지만…혼돈 그 자체" 이런 상황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으로 이어지기 쉽다. 구성원들은 '회사의 비전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구체적인 사업 목표가 매번 바뀌고 그래서 해야 할 일이 바뀌는데 회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혼란스럽다'고 토로한다.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해결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가야 할 구성원들이 이렇게 생각하면, 일이 제대로 진행되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 사실 사업 초기 스타트업이 사업 방향을 바꾸는 일은 흔하다. 신속한 피보팅(pivoting), 즉 빠르게 변하는 외부 환경에 맞춰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것은 스타트업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빠르게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은 몸이 가벼운 스타트업의 장점이기도 하다. 특히나 트렌드에 민감한 요즘 시장에서 피보팅을 얼마나 빠르고 적절하게 하는지는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이유와 방향을 조직원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알고 있느냐다. 당연하게도 이들이 우리 회사 일을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의 비전과 목표가 왜 바뀌었는지, 내가 하는 일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목표로 한 지점에 도달하기란, 사막에서 무작정 걷다보니 오아시스가 나왔다는 것만큼 힘든 일이 아닐까? 그런데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조직원들이, '나와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 길을 제대로 가기 힘들 수 밖에 없다. ◇ "능력자들은 줄퇴사 중…'젊은 꼰대'만 남았다" "전문지식 부족한 사람들의 아는 척으로 연명함" "초기 멤버와 나중에 합류한 경력 직원간 실력 차이가 큼." "초기 멤버들끼리 이사, 부장, 팀장 타이틀 달고 창업 놀이에 푹 빠졌음" "한때 실력자들 많았는데 지금은 모두 떠나고 있는 중…경력자들 줄퇴사 중" "팀장급들 대거 퇴사. 경력에서 나오는 날카로운 판단일까. 빈자리를 주니어들이 채우고 있다" "능력없고 어린 꼰대들만 남아버린 안타까운 곳" 이런 불만들은 결국 경력 입사자들의 이탈이 시작되면서 실질적인 문제로 떠오른다. 스타트업 초기, 조직에 합류한 인재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짜잔' 창업을 이룬 창업자와 동료들이다. 두 번째는 실무를 위해 채용한 이들이다. 스타트업이라고 하지만 사실 중소기업, 그것도 수익 구조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기업이 뽑을 수 있는 인재는 한정적이다. 큰 보상이나 화려한 근무 조건 제시가 힘들 때 회사가 뽑을 수 있는 인재란 어떤 방식이었을지를 생각해보자. 친한 사람, 아니면 다양한 경험은 아직 부족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작은 조직에는 적합했지만 큰 조직을 이끌 경험은 없는 이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조직의 성장과 초기 구성원의 성장이 비슷한 속도로 이뤄진다면 좋겠지만, 문제는 조직의 성장 속도를 초기 구성원의 업무 능력이 따라가지 못할 때 생긴다. 창업자와 창업 멤버들 역시 뛰어난 역량과 아이디어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겠지만, 조직 관리는 또 다른 영역이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고, 투자금이 들어오고, 규모가 커지면, 큰 조직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고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인재 영입이 가능해진다. 스타트업에 합류한 경력직들은 미래 성장가능성에 배팅해 입사를 결정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마음으로 합류했는데, 들어와서 보니, '그들만의 리그' 속에서 의사 결정이 이뤄지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업무 방향과 목표가 바뀌는 경험이 쌓인다. 여기에 경력과 경험, 업무 능력을 확신할 수 없는 이들이 초기 멤버란 이유로 팀장 등 직책을 달고 업무 지시를 내린다. 직급이 없는 회사라도 선임자로서 업무 지시가 이뤄지곤 한다. 늦게 합류한 직원이 이해하기 어려운 의사 결정에 문제제기를 해보기도 하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초기 멤버들 입장에선, 자신보다 경력이 화려하고 능력있는 경력직이 들어오면 '내가 이 회사에서 일한 시간은 더 긴데', '지금 이 회사 내가 이만큼 키웠는데 내 위치가 흔들리지 않을까' 같은 위기감이 든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이 회사에서의 경험'을 강조하기 시작한다. 구성원들의 문제제기에 "우리 회사는 다르니까" "내가 여기서 해봐서 아는데" "너는 모르겠지만 다 이유가 있으니까 그냥 해" 식의 업무 지시가 이어진다. 이른바 '젊은 꼰대'의 탄생이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구성원은 회의감이 든다. '스타트업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국은 다 똑같다' 싶다. 능력자들은 더 나은 조건과 비전을 제시하는 곳으로 이직도 쉽다. 그렇게 능력 순으로 회사를 나가기 시작한다. 능력자들이 줄퇴사를 시작하면, 다른 이들은 '능력 있는 사람들은 다 나간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인력 이탈이 심해지면, 결국 영입이 쉬운 신입으로 빈 자리를 채우는데, 신입은 명확한 업무 지시와 멘토링 없이 제 역할을 하기가 힘들다. 당연하다. 해본 적이 없으니까. 이제 이들을 중심으로 멘토가 없다는 토로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렇게 물경력만 쌓는 것 아닌가 불안감이 엄습해오고, 이들 역시 다른 곳을 찾아 떠나려는 시도를 시작한다. 이렇게 퇴사와 입사가 반복한다. 남아있는 이들은 초조하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영진들은 '뭐가 문제인거지?' 답답하고, 조직 분위기는 어수선해지고 일방적인 지시와 의사결정 구조는 더 강해진다. 조직 안팎에서는 "회사에 젊은 꼰대만 남았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 "문제 말하면 뭐해 대표는 침묵…능력보다 대표와 친분이 중요" "대표가 직원을 믿지 못해 하나하나 다 참견, 대표가 참견할수록 프로젝트는 산으로…" "대표한테 잘보이면 승진. 승진하려면 능력이나 성과보다 대표 마음을 얻는 게 더 나음" "회사 문제를 대표에게 말해도 달라지는 게 없음.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함" 조직의 인력 이탈이 심해지면, 경영진은 직원들에 대한 믿음이 점점 사라진다. 언제 나갈지 모르는 이들이니, 경영진이 실무 하나하나에 관여하기 시작한다. 역시 회사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나뿐, 내가 다 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생긴다. 전문성을 지닌 이들의 이야기보다 내 판단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끝까지 회사를 책임질 이는 나니까. 또 초기 멤버들에 대한 신뢰와 믿음은 더 강해진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이들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아무 것도 없을 때부터 함께 시작해, 힘들 때 고민을 함께 나눴던 이들이 아닌가. 그러니 초기 멤버들의 능력과 태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들어오면 당황스럽다. 그래도 이만큼 회사가 크기까지 이들의 역할이 있었는데, 무엇보다 힘들 때 함께 했고 끝까지 내 옆에 남아있을 이들은 결국 이들 아닌가. 각종 문제가 쏟아져도, 이들 사이 문제를 조정하고 해결해야 할 경영진은 답을 찾지 못하고 침묵한다. 조직원들 사이에서는 "대표가 친한 사람들 문제는 다 모르는 척 한다" "문제를 알면서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 "말해봐야 바뀌는 것은 없다" "회사에서 잘 나가려면 일을 잘하는 것 보다 대표랑 친한 것이 장땡이다" 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기 시작한다. 이미 어떤 식으로든 의견 대립을 한 조직원은 "회사를 떠나는 것이 답이겠구나" 싶다. 이렇게 같은 문제는 계속 반복된다.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비단 스타트업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지금 우리 회사는 어떤 모습인지 살펴보자. 혹시 내부적으로 조직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지는 않은가? 중요한 것은 지금 이런 문제가 있더라도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작은 조직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르게 변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지금이라도 조직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문제를 바로 잡고 진심을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바뀔 수 있다.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
100% 일치하지는 않지만, 제가 다닌 자율주행 AI 회사도 굉장히 유사한 과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가 성장하고, 투자금이 들어오고, 외부 경력자들을 채용했지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리그와 학연,지연이 분명히 있었고, 회사에 모자란 분야를 채우기 위해 데려온 외부 경력자들에게 작은 스타트업의 방식을 강요하다하보니 경력자는 다시 떠나게 되고, 결국 믿을 사람이 본인이 직접 뽑은 사람밖에 없게된 대표는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며 나가는 경력자들의 흠집만 잡는데 집중하는........
초기 기술이 독창적이라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생각보다 회사의 성장은 더딘 상황에서(기술력 영업력에 대해 시장의 기대치는 맞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계속 비즈니스를 영위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전략과 목표를 가지고 움직일테고, 구성원은 그걸 보고 달릴수 있지만,
목표를 초기 멤버들의 Exit 라고 이야기하고 다니는 한,
나머지 구성원이 모티베이션 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사업 전략도 목표도 없다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도 정상적으로 운영되는(매출이 발생하고, 이익이 증감 하는) 회사이거나 배울점이 있는 리더쉽이라면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과정속에서 직원들은 협업하고, 본인 커리어 성장을 보고 버틸 수도 있지만,
무원칙, 무전략, 무능력(이곳에서는 조직 운영, 커뮤니케이션, 공정성 등) 과 구멍가게 운영하듯 경영하며 귀를 닫은 리더쉽 아래에서는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 모두는 한정된 인생에 한정된 시간을 살고 있는데, 누군가의 Exit라는 목표를 위해, 부품으로 혹사당해가며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면, 레버리지 당하는 것이고 이를 극복하는 방안은 그 시간을 나 자신을 위해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퇴사를 통보하고 나서,
수많은 동료들의 만류.. 순간의 망설임과 아쉬움
저는 이 자율주행 AI회사를 진심으로 좋아했습니다. 그 이유는 동료들입니다.
우리가 세상에 한 획을 긋는다는 결의로 함께 노력한다면, 아쉬운 부분을 조금씩 개선해 간다면, 이 구성원들이 모두 행복한 결론을 맞이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그걸 지원할 의지와 역량이 없다는 것을 깨닥기 전까지는요..
퇴사소식이 알려지고 난 뒤 많은 동료들의 만류와 함께하자는 설득이 있었고, 눈물을 글썽이는 동료도 있고, 같이 데려가달라는 분들도 있고, 정말 감사한 순간이었고,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본질은 (글로벌 자율주행 AI기업을 표방하지만) 이 작은 스타트업에서는 전략과 목표와 배려가 없는 리더를 피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 입니다.
굳은 마음으로 담대히 나아가길
"해낼 수 있다는 믿음"
저는 30대 초반까지 월급을 모으지 않고 YOLO 하는데 다 썼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아쉽지만,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고 나서도 젊을때 원없이 놀아봤기 때문에 못놀아서 아쉬운 점은 없다고 주위에 말하고 다닙니다ㅎㅎㅎ
이곳 자율주행 AI 스타트업에서도 지난 2년여간(그중에서 특히 마지막 1.5년) 정말 원없이 일해본 것 같습니다.
처음하는 일은 주말 반납하며 공부해가며 쫓아갔고,
거의 매일같이 퇴근과 출근을 같은 날에 해가며, 회사에 구멍이 생기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고,
한번 한 일은 더 잘하기 위해 정리하고, 효율화 하려고 노력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업하며, 때로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업무를 진행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미래에 누군가 "당신 미친듯이 일해봤냐?" 고 묻더라도 당당히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누군가 "오롯이 본인에게 집중해봤냐?" 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시간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제가 경험하고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하는 점들과 쌓아갈 점들이 이어서 원하는 미래에 지금보다 더 밝은 미래에 닿아있길 바래 봅니다.
"퇴사-자율주행 AI 스타트업을 퇴사합니다" 포스팅을 마치며,
오랜만에 블로그를 쓰기도 했고, 일기 형식으로는 또 처음이다보니 글이 길어졌습니다.
게다가 아직은 재직중이라 좀 더 구체적이지 못했던게 아쉽기도 합니다.
아쉬운 마음을 조금 남기고, 언젠가 퇴사한 후에 다시 한번 제대로 써보겠다고 다짐하며 이만 마치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 포스팅부터는 더 희망차고, 진취적인 글들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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